1941년 개봉한 영화 시민 케인은 최고의 영화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록, 영화사에 큰 획을 그은 작품입니다. 특히 이 작품의 감독이자 주연을 맡은 오슨 웰스는 당시 26세의 젊은 나이로 영화계에 혁신을 일으켰고, 단 하나의 데뷔작으로 자신의 이름을 영원히 각인시켰습니다. 시민 케인은 단순한 인물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 영화가 아니라, 인간의 기억, 권력의 무의미함, 정체성의 위기, 삶의 본질 등을 깊이 있게 탐구한 철학적 영화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 영화의 감독인 오슨 웰스의 천재성과 생애 찰스 포스터 케인의 여성관계를 통해 드러나는 권력과 감정의 복합성, 그리고 로즈버드를 통해 드러나는 철학적 메시지를 중심으로 시민 케인의 진가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오슨 웰스감독
오슨 웰스는 1915년 5월 6일 미국 위스콘신 주 케노샤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예술적 재능이 뛰어났으며, 부모의 영향으로 음악과 연극,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 노출되었습니다. 이버지는 발명가이자 사업가였고, 어머니는 피아니스트로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릴 적 부모를 차례로 잃으며 외로운 유년기를 보낸 그는 자연스레 상강력과 창의력을 무기로 삶을 헤쳐 나가게 됩니다. 웰스는 1930년대에 라디오 드라마와 연극 연출가로 먼저 명성을 쌓았습니다. 그가 연출한 셰익스피어 희곡들은 혁신적인 연출로 찬사를 받았으며, 1938년 CBS 라디오에서 방영한 우주 전재 방송은 청취자들에게 실제 외계인 침공이 벌어졌다고 믿게 할 만큼 충격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미국 전역을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이 사건으로 웰스는 천재로 불리며 할리우드의 관심을 받게 되었고, 곧 RKO 영화사와 파격적인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게 됩니다. 당시 웰스가 얻은 조건은 영화사 내부에서도 한 번도 이루이지지 않을 만큼 파격적이었습니다. 최종 편집권, 각본과 연출 자유, 캐스팅 권한까지 모두 감독에게 맡긴 것입니다. 이러한 자유 아래 그는 시민 케인을 탄생시켰고 영화는 당시로서는 전례 없는 실험과 시도록 가득 차있었습니다. 플래시백을 중심으로 구성된 비선형 구조, 딥 포커스 촬영기법, 역광과 음영을 활용한 상징적 조며, 카메라 앵글의 파격적 운용 등은 현대 영화의 기초를 설계한 기법으로 평가받습니다. 오슨 웰스는 단지 영화의 테크닉만 바꾼 것이 아니라, 영화가 인간의 내면과 철학을 드러낼 수 있는 예술이라는 가능성을 열어준 감독이었습니다. 그 후 맥베스, 오셀로, 지옥의 영웅 등 다양한 작품을 남겼지만, 그가 가장 찬사를 받은 작품은 여전히 시민 케인입니다. 이 한 편의 영화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거장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케인의 여자들
시민 케인의 중심 서사는 찰스 포스터 케인의 생애를 추적하면서, 그를 구상하는 중요한 인물들을 통해 인간 매면의 복합성을 드러냅니다. 이 과정에서 여성 캐릭터들은 단순한 조연이 아닌, 케인의 감정과 욕망, 한계와 상처를 상징적으로 반영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첫 번째 부인 에밀리 노트 케인은 상류층 정치 가문의 딸로, 케인이 언론 재벌로 성공하기 위한 사회적 발판으로 선택한 인물입니다. 그들의 결혼은 로맨스라기보다는 정치적, 사회적 거래에 가까웠고, 이로 인해 감정적 교류는 점차 단절됩니다. 식탁에서 서로 마주 보고 앉은 두 사람이 점점 멀어지며 결국 신문만 읽고 있는 장면은, 권력을 얻는 과정에서 관계와 감정이 얼마나 쉽게 사라질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 이후 케인이 만나게 되는 수전 알렉산더는 완전히 상반된 배경의 인물입니다. 서민 계층 출신으로 순수하고 솔직한 수전에게 케인은 처음에는 감정적인 안정과 위안을 느낍니다. 그러나 곧 그녀도 케인의 욕망과 허영의 수단이 됩니다. 그는 수전의 성악 경력을 억지로 추진하며 대중에게 자신이 만든 스타를 과시하려 합니다. 하지만 수전은 재능도 없고, 노래에 대한 열정도 없었기 때문에 공연은 연이어 실패로 끝나고, 그녀는 점차 정신적으로 피폐해집니다. 특히 오페라 공연을 강행하면서 케인이 모든 극장과 언론을 동원해 수전의 실패를 성공으로 포장하려는 장면은 권력이 어떻게 진실을 왜곡하고 타인의 인생을 파괴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결국 수전은 케인에게 나를 진짜 사랑한 적이 없다고 말하며 도망칩니다. 케인은 사랑을 주는 법을 몰랐고, 그저 사람을 통해 자신을 비추려 했던 셈입니다. 여성 인물들은 단지 케인의 연인이 아니라, 그의 인생이 왜 실패했는지를 말없이 증명해 주는 거울입니다. 사랑을 소유로 오해한 그의 삶은 결국 외로움과 공허 속에서 끝을 맺게 됩니다.
시민 케인의 철학적 메시지
로즈버드는 시민 케인의 상징 그 자체입니다. 영화는 케인이 죽는 장면에서 시작되며, 그의 마지막 한마디가 이 로즈버드였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이야기는 로즈버드의 정체를 쫓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이 단어는 기자와 주변 인물들을 통해 케인의 삶을 되짚는 열쇠 역할을 하며, 영화 전체의 구조적 틀을 형성합니다. 관객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야 이 단어의 의미를 알게 됩니다. 로즈버드는 케인이 어린 시절 타던 썰매의 이름이었으며, 이 썰매는 그가 가족의 품을 떠나 억만장자가 되는 여정을 시작하게 된 전환점과 동시에, 그가 잃어버린 순수함과 행복의 상징이었습니다. 즉, 로즈버드는 케인의 무의식이 죽음 직전에 떠올린 마지막 기억이자, 그가 평생 갈망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상징하는 단어입니다. 부와 명예를 쌓고, 신문사와 정치계를 장악하며 성공을 거둔 케인이 결국 외로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영화는 삶의 의미에 대해 매우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의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어릴 적 눈 내린 날 썰매를 타던 순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그 작은 썰매를 떠난 이후 단 한 번도 진정한 만족과 평온을 얻지 못했습니다. 영화는 이처럼 인간의 욕망과 기억, 그리고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권력을 쥐고도 외로움에 시달리는 케인의 모습은 현대 사회에서 성공과 행복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일깨워 줍니다. 인간이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삶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는 것이 영화의 궁극적인 철학적 메시지입니다.
결론
시민 케인은 영화 기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인간 본성과 철학을 탐구하는 측면에서 가장 위대한 영화 중 하나로 기억됩니다. 오슨 웰스의 천재성과 실험정신은 이 작품을 통해 극명히 드러났으며, 케인의 삶과 관계, 마지막 남긴 말은 우리에게 깊은 생각을 남기게 합니다. 권력을 쥐고도 진정한 행복을 놓친 인물의 삶은, 오늘날 현대인을 향한 경고이자 조언일지도 모릅니다. 단순히 고전영화로서가 아니라, 삶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담은 걸작으로 감상해 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