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개봉한 영화 마이걸(My Girl)은 단순한 성장 드라마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어린 소녀 베이다의 눈을 통해 어른들의 세계를 바라보고, 인생의 아픔과 성장을 경험하며, 결국에는 우리 모두가 마주하는 ‘잃음과 배움’이라는 인생의 교훈을 전달합니다. 특히 아이의 순수한 시선으로 보는 현실, 혼란스러운 감정의 흐름, 그리고 마지막엔 깊은 울림을 주는 메시지가 많은 관객에게 긴 여운을 남겼습니다. 이 글에서는 ‘마이걸’이 어떻게 아이의 시선으로 어른들의 세상을 그려냈는지, 한 소녀가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를 중심으로, 영화가 전하는 교훈까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어른들의 세상
‘마이걸’은 주인공 베이다라는 11살 소녀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영화는 성숙한 시선이 아닌 아이의 순수하고 솔직한 감정을 따라가며 어른들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아이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감정과 논리로 해석합니다. 베이다는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죽음이라는 주제를 자연스럽게 접하지만, 이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려고 합니다. 그녀는 아버지가 여성 메이크업 아티스트 셸리를 사랑하게 되자 질투심을 느끼고, 이를 이상한 행동으로 표현합니다. 이런 모습은 어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이의 시선이 어떻게 혼란스럽게 어른들의 관계를 해석하고 반응하는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베이다는 어머니가 자신을 낳다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에 큰 죄책감을 갖고 있으며, 이 또한 어른들이 설명해주지 않은 감정의 공백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이 영화에서 어른들은 대개 현실적인 문제에 집중하며, 아이의 감정에는 깊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베이다는 모든 상황을 감성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스스로 세상을 해석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를 통해 관객은 다시금 ‘어린 시절의 시선’을 떠올리게 되고, 어른들이 놓치기 쉬운 감정과 상황을 되짚게 됩니다. 영화는 베이다의 친한 친구 토마스 제이와의 관계를 통해 어른들이 인지하지 못한 감정의 진실도 보여줍니다. 토마스 제이와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베이다는 세상을 안전하고 따뜻한 곳으로 느끼지만, 비극적인 사건 이후 세상이 갑자기 낯설고 슬픈 곳으로 변합니다. 이런 변화 역시 아이의 눈으로 본 세상의 급격한 전환을 상징적으로 그립니다.
소녀의 성장 이야기
‘마이걸’은 전형적인 성장영화의 구조를 따르지만, 감성적인 접근 방식과 진정성 있는 서사로 차별화를 이룹니다. 베이다는 영화 시작에서는 내면이 혼란스럽고 불안한 소녀입니다. 가족 안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세상과 자신 사이에 명확한 연결고리를 찾지 못한 상태죠. 그녀는 학교에서도 독특한 아이로 인식되며,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 역시 일반적인 틀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 속 다양한 사건을 통해 그녀는 점차 성장하고 변화합니다. 우선 셸리라는 존재가 그녀에게 ‘어머니’에 가까운 애정과 돌봄을 주는 인물이 되면서, 베이다는 처음으로 안정감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친구 토마스 제이의 죽음을 겪으며, 베이다는 감정의 큰 파도를 마주하게 됩니다.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 그리움과 후회가 뒤섞인 슬픔을 처음으로 경험하며 그녀는 이전보다 한층 더 깊은 감정의 세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특히 장례식장에서 베이다가 관 속에 누운 토마스 제이에게 "그는 안경이 필요해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그녀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이 장면은 베이다가 감정적으로 성숙해졌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후 그녀는 글쓰기 수업에서 자신이 겪은 슬픔과 변화에 대해 글을 씁니다. 이는 내면을 드러내는 행위이자,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정리하는 성장의 결과입니다. 베이다는 영화의 끝에서 더 이상 세상에 방황하는 소녀가 아닙니다. 자신의 감정과 세계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나름의 해석과 의미를 찾아가는 주체적인 인물로 변모하게 됩니다.
영화가 주는 교훈
‘마이걸’은 단순히 어린이의 성장을 그린 영화가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적용되는 삶의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첫째, 이 영화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해야 하는지를 어린이의 시각에서 풀어냅니다. 일반적으로 죽음은 두렵고 외면하고 싶은 주제이지만, 베이다는 이를 일상 속에서 접하고, 가까운 친구를 통해 직접 마주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관객 역시 죽음을 새로운 시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둘째, 영화는 감정을 숨기기보다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베이다는 초반에는 자신의 감정을 말하지 못하고 행동으로만 표현하지만,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의 언어를 배우고 주변과 소통하기 시작합니다. 이는 우리 모두가 겪는 ‘감정의 성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줍니다. 셋째, ‘마이걸’은 아이들의 세계에도 진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아이들이 단순하고 가벼운 감정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는 점, 오히려 그들만의 깊이 있는 감정과 논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어른들에게 상기시킵니다. 영화 속 아버지 역시 후반부에는 베이다의 감정을 이해하고 대화하려 노력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삶은 이별과 함께하고, 성장에는 아픔이 따른다는 진리를 말합니다. 누구나 살아가며 가까운 사람을 잃고, 그로 인해 더 성숙해집니다. ‘마이걸’은 이 과정을 아프지만 따뜻하게 그려내며, 관객에게 깊은 공감과 울림을 선사합니다.
영화 ‘마이걸’은 단순한 성장 이야기를 넘어, 삶의 본질을 아이의 눈을 통해 통찰력 있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아이의 시선으로 어른들의 세상을 바라보며, 작은 오해와 큰 감정을 경험하고, 마침내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삶을 받아들이는 베이다의 여정은 누구에게나 깊은 감동을 안겨줍니다. 이 영화를 아직 보지 않았다면 꼭 한번 감상해 보시고, 이미 보셨다면 다시 한번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베이다의 시선을 따라가 보시길 추천드립니다.